기초지원연-나일강의 죽음, 관광공사·수리연-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영화해설
과학수사&지질학 사이 공통점 및 첨단과학기술 소개
풀리지 않은 난제 리만가설부터 가장 아름다운 수학공식까지 설명 이어져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온가족이 함께 과학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지난 22일과 23일 메가박스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점에서 영화 속 과학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는 '짜고치는 과학해설'이 열렸다. 

22일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원장 신형식)과 함께 영화 '나일강의 죽음' 속 과학수사와 지질학의 연관성을 살펴보았고, 23일엔 대전관광공사(사장 고경곤)·국가수리과학연구소(소장 김현민, 이하 수리연)가 함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속 수학 이야기를 살펴봤다.

◆ 과학수사와 지층 퇴적 사이의 공통점은?

영화 나일강의 죽음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동명의 추리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벨기에 출신 탐정 '에르큘 포와로'가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과학수사와 지질학, 얼핏 들으면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두 분야가 과학해설을 통해 이어졌다. 

이날 해설자로 나선 이기욱 기초지원연 박사는 과학수사에 사용되는 여러 법칙들과 함께 지질학의 법칙을 설명했다. 사건현장에서 사용되는 '누중의 법칙'은 아래에 있는 사물이 먼저 존재하고, 이후 사물이 위에 위치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지질학에서도 아래에 위치한 지층이 더 오래전에 퇴적됨을 뜻하는 '지층 누중의 법칙'과 상통한다.
 

과학수사현장의 누중의 법칙, 횡적계속성의 법칙과 상응하는 지층누중의 법칙과 측방연속성의 법칙이 지질학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사진=대덕넷]
과학수사현장의 누중의 법칙, 횡적계속성의 법칙과 상응하는 지층누중의 법칙과 측방연속성의 법칙이 지질학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사진=대덕넷]
또한 핏자국이 연속적으로 이어지거나 끊겨 있는 상태에 따라 사람이나 사물의 존재여부를 판단하는 '횡적계속성의 법칙'이 있다. 이는 지질학에서 '측방연속성의 법칙'을 의미하며 침식에 의해 중간 부분이 끊어진 계곡 등의 지형에서 연속적인 단층모양에 따라 지형 및 사건을 분석하는데 활용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증거를 찾을 수 있는 과학기술도 소개됐다. 이기욱 박사는 "눈으로 보이지 않거나, 혹은 동일하게 보이는 것들도 안정동위원소의 비율이 모두 다르다"라며 "물질들의 고유한 동위원소 지문(Isotope Fingerprint)을 분석해 발현 장소, 시간, 환경, 변화과정 등을 모두 추측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초지원연에선 고분해능 이차이온 질량분석기(SHRIMP)나 초고분해능 동위원소 현미경시스템과 같은 최첨단 분석장비를 활용해 물질을 분석하며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라며 "영화의 배우, 감독, 스탭 등이 어우러져 좋은 영화를 만들 듯 연구자를 비롯한 유관기관과 시민들의 많은 관심이 합쳐져 좋은 과학이 이어지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기초지원연은 지난 2017년 시리즈 전작인 '오리엔트 특급살인'의 과학해설을 진행했으며, 당시 소개된 최첨단 과학수사 기법 과학해설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엔 기초지원연의 대표 과학문화 프로그램인 '주니어닥터' 참가자들도 함께 참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짜고치는 과학해설의 해설을 맡은 이기욱 KBSI 박사(왼쪽)와 우영호 수리연 박사(오른쪽).[사진=윤예본 기자]
짜고치는 과학해설의 해설을 맡은 이기욱 KBSI 박사(왼쪽)와 우영호 수리연 박사(오른쪽).(극장 내부 촬영 사진으로 어두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사진=대덕넷]

◆ 수학자들 사이 '가장 아름다운 공식' 인기투표 1위는?

23일엔 수포자(수학포기자)들을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알찬 수학해설이 진행됐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치열한 자율형사립고등학교의 대입 환경 속에서 낮은 수학점수에 고민하는 학생과 학문의 뜻을 펼치기 위해 탈북해 경비원으로 재직하는 경비원 수학자의 드라마를 다뤘다. 해설자로는 우영호 수리연 박사가 나섰다.

먼저 영화 속에서 해결이 임박한 난제로 소개된 '리만 가설'은 독일의 수학자 리만이 1859년 제안한 가설로 소수(약수가 1과 자기자신만 존재하는 자연수)의 분포에 대한 가설이다. 독일의 수학자 다비트 힐베르트가 다시 태어나면 리만 가설의 해결 여부를 물어볼 것이라고 할 정도로 어렵고, 수학적으로 의의가 있는 가설이다. 

리만가설은 미국 클레이 수학연구소에서 2000년 발표한 '밀레니엄 난제(Millenium Problem)' 중 하나이며 영화와 달리 실제론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밀레니엄 난제는 ▲리만 가설 ▲P대 NP 문제 ▲양-밀스 이론과 질량 간극 가설 ▲나비에-스톡스 방정식 ▲푸앵카레 추측 ▲버치와 스위너톤-다이어 추측 ▲호지 추측 등 총 7개다. 문제를 해결하면 100만 달러의 상금도 받게 된다.

밀레니엄 난제 7개 중 하나이며, 동시에 1900년 다비트 힐베트르가 선정한 23개 난제 중 하나인 리만가설은 아직까지 풀리지 않았다.[사진=김요셉 기자]
밀레니엄 난제 7개 중 하나이며, 동시에 1900년 다비트 힐베트르가 선정한 23개 난제 중 하나인 리만가설은 아직까지 풀리지 않았다.[사진=김요셉 기자]
이 중 풀린 난제도 있다. 푸앵카레의 추측은 2002년 논문이 등장한 뒤 검증을 거쳐 2006년 증명이 선언되었다. 이를 푼 수학자는 러시아의 수학자 그레고리 페렐만이다. 이 공로로 페렐만은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나, 상과 상금 그리고 여러 교수직 제의도 거절한 것으로 유명하다.

필즈상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우영호 박사는 "노벨상에는 수학분야가 없는 대신 권위 있는 세 가지 상이 존재한다. 바로 필즈상과 아벨상, 울프상이다"라며 "특히 필즈상은 만 40세 이하 젊은 수학자만 수상할 수 있으며, 아벨상은 평생의 공로를 평가하기에 굉장히 수상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영화 속 등장하는 짧은 공식의 남다른 의미도 소개됐다. 우 박사는 "수학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다섯가지 수 1, 0, π(원주율), e(자연상수), i(복소수)가 'eπi+1=0'이라는 간단한 항등식으로 정리된다"라며 "오일러 항등식이라 불리는 이 공식은 수학자들 사이에서 인기투표를 하면 항상 1위를 할 정도로 가장 아름다운 공식으로 꼽힌다"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지원을 받아 대전관광공사와 대전과학문화거점센터의 '365 온통과학대전 시즌2'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과학의 달 짜고치는 과학해설은 메가박스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점 돌비시네마에서 진행됐으며, 이틀 모두 거리두기 좌석룰에 따라 각각 180여 명의 시민이 참가해 과학을 즐겼다.[사진=윤예본 기자]
과학의 달 짜고치는 과학해설은 메가박스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점 돌비시네마에서 진행됐으며, 이틀 모두 거리두기 좌석룰에 따라 각각 180여 명의 시민이 참가해 과학을 즐겼다.[사진=윤예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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